“내가 누군지 알아? 바로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떤다는, 무려 대회 준우승자 라비라고!”
“또 이러네. 알겠으니까 그만해.”
라비가 해롱거리며 떠들어댔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술에 취하면 이런 모습이군요…”
같은 자리에 있던 아이라도 포기한 듯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던전 공략 대회가 끝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때 심각하게 망가졌던 내 몸은 그새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래서 일전에 한턱 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전에 왔던 식당에 다시 왔는데…
어째 라비가 순식간에 취한 채 제멋대로 굴기 시작했다.
“이젠 달라! 이젠 다르다고오오~! 나도 이제 명성 있단 말이야!”
“그 명성 지금 이걸로 다 깎아먹고 있는 건 알고 있니.”
“그런 거 몰라.”
아무래도 술을 시킨 거 자체가 화근인 거 같다. 이래서야 원. 골칫거리만 하나 늘어난 거 같은데.
“하아. 정말이지.”
내가 라비를 진정시키느라 애쓰는 사이, 아이라가 내게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어째서 라비가 여길 오고 싶어 했는지 궁금했는데, 분위기는 좋네요. 분위기는…”
“술을 먹이면 안 됐는데.”
식당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사실 식당보단 주점에 더 가까운 거 같다만.
그래서 평소에도 시끄러운 곳이긴 했지만, 그 안에서도 라비의 행동은 눈에 띄었다.
지금도 몇몇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지금 우리는 테이블을 두고 아이라는 건너편에, 라비는 내 옆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그래선지 더더욱 라비가 달라붙어 와서 부담스럽단 말이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처해하는 사이,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보게 자네. 소식 들었어! 대회에서 우승했다면서?”
“어. 오랜만이네요?”
일전에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스쳐 지나가듯 봤던 아저씨. 전에 꼬치구이를 사줬던 기억이 났다.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운 듯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나는 가볍게 답변했다.
“자네가 대회에서 우승할 줄은 몰랐어. 활약상이 대단하던데?”
“에이 뭘요.”
“겸손 떨 필요 없다네, 그 위기를 직접 헤쳐 나온 건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선 내 어깨를 붙잡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참 막무가내 같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기분이 좋았기에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중계가 도중에 끊겼을 땐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어? 그러고 보니…”
아저씨는 내가 있는 테이블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뭔가를 깨달은 듯 눈을 떴다.
“옆에 사람이 더 늘었구먼? 기억하기로 중계에서도 봤던 거 같은데.”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아이라가 귀품있게 인사하자 아저씨는 살짝 놀란 건지 눈을 크게 떴다.
“어째 여기엔 오지 않을 법한 분인데. 어떻게 만난 건가?”
“설명하자면 참 긴데…”
내가 대회에서 어떻게 아이라를 만나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자. 그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제법 능력자구만?”
“또 이러신다.”
“혹시 서비스 더 필요한가?”
아저씨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눈빛을 타고 전해지는 은근한 부담이 꽤나 묵직했다.
“괜찮아요. 이번엔 제가 전부 사기로 했거든요.”
“하기야. 자네는 대회 우승자 아니던가!”
“아저씨 것도 하나 사드릴게요.”
내 답변을 들은 상대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말인가? 자네도 많이 성장했구먼. 이래저래 말이야.”
“거기서 여러모로 배웠거든요.”
“그럼 사양 않지. 좋은 시간 보내게!”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후에에. 방금 뭐가 지나갔는데에….”
“하아. 라비 녀석. 쉽지 않구먼.”
“그러게요.”